최근 오래된 한옥을 수리하던 중, 천장에서 현금 뭉치가 발견돼 화제가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전 집주인이 치매에 걸리기 전 숨겨둔 돈이었습니다. 치매는 기억뿐 아니라 소중한 자산의 흔적까지 지워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잊힌 돈은 이른바 '치매 머니'라 불립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124만 명에 달하며, 이들 중 62%가 평균 약 2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총액으로 보면 무려 153조 5,416억 원이 ‘치매 머니’로 잠겨 있는 셈입니다. 이 중 71.5%는 부동산, 21.7%는 금융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망이나 상속 전까지는 자산 유동화가 어렵습니다.
이렇듯 치매로 인해 자산의 흐름이 막히면서,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는 경제 순환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동시에, 치매 환자의 인지 저하를 악용한 금융 사기나 가족 간 유산 분쟁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치매가 진행 중인 부모님의 금융 계좌나 부동산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안타깝게도, 현행 금융 제도상 본인이 아니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거나 거래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자녀라도, 위임장 없이 예금을 인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비해 가족들이 고려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성년 후견인 제도입니다. 법원을 통해 자녀나 배우자가 피성년 후견인으로 지정되면, 치매 환자의 자산을 합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치매가 심화되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 간 대화도 핵심입니다. 많은 자녀들이 부모님의 재산 이야기를 꺼리지만, 치매가 심해진 후에는 아무런 대책도 세울 수 없습니다. 부모님의 인지 기능이 남아 있을 때, 자산에 대한 의사 결정과 관리 계획을 함께 세우는 것이 최선입니다. 부동산은 공동 명의 전환이나 신탁 설정, 금융 자산은 가족 명의의 공동 계좌 활용 등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 사기 방지를 위한 대비도 필수입니다. 치매 환자가 사기를 당한 경우, 거래 당시 판단력이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므로 복잡한 법적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보호자는 평소에 부모님의 금융 활동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보이면 즉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치매는 기억뿐 아니라 자산도 빼앗아 갑니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치매 머니'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치매가 오기 전, 가족끼리 자산 관리 계획을 세우고, 필요시 성년 후견인 제도 등 법적 장치를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지금 바로 대비해보세요.